집중력/산만함만이 ADHD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ADHD라고 하면 ‘산만함’과 ‘충동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접하는 성인은 오히려 “하루 종일 졸리고 멍하다”, “몸이 무거워 아무것도 못 하겠다”, “밤이 되면 말똥해져 새벽 두세 시에야 잠든다”는 호소를 더 자주 한다. 주의력 결함이 주목을 받는 사이, 수면‧기분‧중독 문제는 간과되고 가려져 치료 기회를 놓치곤 한다.

낮에도 깜빡 조는 이유 ― ADHD와 ‘슬러기시 코그니티브 템포’
최근 연구는 ADHD 환자 상당수가 ‘인지 이탈 증후군(슬러기시 코그니티브 템포, SCT)’ 특성을 지닌다고 보고한다. SCT는 멍함, 느린 사고 속도, 몽상, 낮 시간 졸림으로 요약되며 전통적 ADHD 증상과는 별개 축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특성이 뚜렷할수록 잠에 들고 깨는 데까지 어려움이 커진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acamh.onlinelibrary.wiley.compmc.ncbi.nlm.nih.gov

밤을 지우지 못해 더 피곤한 낮 ― 지연성 수면 위상 장애와 과다졸음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ADHD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한밤중까지 깨어 있다가 오전에 일어나기 힘든’ 지연성 수면 위상 장애(DSPS)나 수면 개시 불면을 경험한다. 낮 시간 과다졸음(EDS) 호소율 역시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다. 이런 수면 문제는 집중력 저하와 충동성 악화를 부채질하며, 반대로 약물 치료 반응을 낮추기도 한다. 소위 졸리고 멍하고 쉽게 피로한 상태가 ADHD의 주요한 특징인 것이다. frontiersin.orgsciencedirect.compmc.ncbi.nlm.nih.gov

중독은 ‘성인 ADHD의 또 다른 얼굴’
니코틴‧알코올‧대마초 등 물질사용장애는 성인 ADHD에서 유병률이 2~3배 높다. 2024년 다국적 코호트 연구는 약물치료 경험이 있더라도 실질적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유튜브‧게임‧성행위‧SNS 등에 대한 행위적 중독도 매우 많다. 이러한 중독이 ADHD 자체 증상을 가리고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만큼, 진단 초기부터 함께 다루는 전략이 필요하다. pubmed.ncbi.nlm.nih.govfrontiersin.org

‘멜랑콜리’가 아닌 비정형 우울
ADHD 환자가 겪는 우울은 전통적 멜랑콜리 타입보다 졸림·식욕 증가·완만한 기분 반응성이 특징인 비정형 양상을 보인다. 핵심 연결고리는 ‘감정조절 곤란(ED)’이다. 최근 연구는 ED가 ADHD와 우울을 동시에 매개하는 공통 요인임을 확인했다. 즉, 우울만 치료하면 감정기복과 충동성이 그대로 남아 재발을 부른다. pmc.ncbi.nlm.nih.govpmc.ncbi.nlm.nih.govverywellhealth.com

치료의 핵심은 “수면·기분·중독” 삼각 축 정렬
첫 단계는 전문 평가다. ASRS 등 자기보고 척도로 의심해볼 수 있으나, 졸림과 중독·우울이 얽힌 경우 점수만으로 진단을 확정해선 안 된다. 치료는 다음 순서를 권한다.

  1. 수면 위상 교정: 저용량 멜라토닌(1–3 mg, 취침 1시간 전)과 빛 노출 요법이 DSPS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면이 안정되면 낮 졸림과 주의력도 함께 개선된다. pmc.ncbi.nlm.nih.govpmc.ncbi.nlm.nih.gov
  2. 기본 약물치료: 메틸페니데이트·아토목세틴·리스덱삼페타민 등은 여전히 1차 선택이지만, 불면이 심하면 오전 투약·저용량 시작이 필수다.
  3. 감정조절‧항우울치료 병행: 감정기복과 비정형 우울이 두드러질 때는 부프로피온·SSRI 단독 대신 라모트리진, 낮은 용량의 SNRI, CBT-I(불면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합한다.
  4. 중독 동시 치료: 약물유도 조증이나 의존 위험을 줄이려면 금연·절주 프로그램, 동기강화 치료, 필요 시 특화된 SUD 약물(예: 부프레노르핀)을 함께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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